생각해 보니... 변변한 사진 한 장 없다.
웬만하면 동네 사진이나 시내 곳곳의 사진을 몇 장 찍어 놨음 직한데...
익숙한 것에 대하여, 누군가와 그 무엇에 대한 고마움이 바로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 무감각해지는 것처럼,
내가 독일에 와 처음 만나게 된 도시,칼스루헤에 대해 ... 그랬던 것 같다.
늘 이 곳에 있을 것 같아서,
이 곳을 갑자기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그런 생각을 할 수 조차 없을 만큼 이미 내겐 편안해 진 곳이어서...
그래서였을까...
동네 산책길,
걷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지던 탁 트인 들판,
2년 동안 정들었던 이웃들과
낯선 이방인과 기꺼이 친구가 되어 주었던,국적도 다양한 친구들...
...변변한 사진 한 장 없다
때로는 살면서 가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그 순간순간을 기록해 둘 필요도 있다는 생각,
촌스럽게 느껴지던 기념사진같은 것도 남겨놔야 겠다는 뒤늦은 후회...
멋적은 후회와 몇 안 되는 짐들을 싸서
1년전 칼스루헤에서 이 곳 트리어로 떠나 오기 전 날
나 만큼이나 떠나기 싫어서였을까?
지흔이는 지독한 감기로 열이 펄펄 끓었었다.(결국 우린 이사를 연기했다)
새 도시에서의 생활이,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이 만만하지만은 않지만
내가 어느 대륙에 있건 평생 연락할 소중한 친구들을 만난 것 만으로도
충전이 필요없는 무한대의 밧데리를 선물 받은 셈...
어느 순간 지치고 힘들때
그 친구들은 존재만으로,내 기억속에서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먼 훗날...지흔이가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를 따듯하게 품어 주었던 칼스루헤 친구들을 잊지 않았음 좋겠다
누군가에게 사랑 받았던 기억은
지흔이가 또 누군가를 사랑할 원동력이 될테니까...
2년전 무더웠던 여름,칼스루헤 시내 음악회 뒷뜰에서.지흔이와 소피는 땀에 흠뻑 젖을 만큼 뛰어 다니며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