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느님은 꼭 창문을 열어 두신다고 했다.
모든 문을 다 닫지는 않으신다고 했다.

더 지치기 전에 그 창문을 찾고 싶다...

by Daniel | 2010/04/27 17:02 | 트랙백 | 덧글(0)

안 미안해 해도 돼...


지흔이 유치원은 공식일정이 아침 9시부터 시작된다.
다같이 모여 앉아 선생님 말씀을 들은 후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아침을 먹는데 보통은 도시락을 각자 싸 온다.
1주일중 하루 수요일은 한 사람씩 한 가지 먹을 거리를 준비해 와서 나눠 먹는데 게시판에 선생님이 필요한 것들(예를 들어,빵이나 치즈,과일,야채,버터 같은 것)을 적어 놓으면 엄마들이 자기가 준비해 오고 싶은 것 옆에 이름을 적는 식이다.

이번에는 버터를 가져와야지 하고 그 옆에 다니엘...이렇게 쓰고...
여기까진 아무 문제 없었는데...
문제는 오늘이 뭔 요일인지 헤갈려 버린 데서 시작되었다.(화요일인 오늘....나는 혼자 수요일로...)

보통 지흔이는 7시 30분쯤 일어나 집에서 약간의 빵을 먹고 가는데 내가 식탁을 차리는 동안  옷을 갈아 입고 나서
자동차 놀이나 보고 싶은 책을 본다.
오늘은 자동차에 관한 책을 펼쳐 놓고 한참을 들여다 보길래 나는
"오늘은 좀 서두르자.우리가 버터를 빨리 가져가야 선생님이 제때 준비하셔서 친구들이 맛있는 빵을 먹지"하고 재촉했다.
그리고는 부리나케 서둘러 버스를 타러 갔다.

낮에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나는
"오늘 친구들이 지흔이가 가져간 버터로 빵 맛있게 먹었어?지흔이도 많이 먹었어?'하고 물어 보았다.
내 질문에 잠깐 망설이던 지흔이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엄마...그런데 오늘 친구들이 다 도시락을 싸 왔어 ..."
"엉?어...이상하다 ...오늘 수요일인데...근데 배 안 고팠어?이상하다...참..."(나는 이때까지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수요일이라고...)
이상하다고 계속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엄마를 보던 지흔이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아마 방학(사육제 방학)이 끝나고 뭐가 좀 바꼈나 봐.근데 엄마 ...지흔이한테 너무 안 미안해 해도 돼.우리가 가끔 잘못 알 수도 있잖아?그리고 뷰르겔 선생님이 파울이 가져온 빵 좀 나눠 주셨어.그래서 괜찮았어"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는 엄마에게 나름의 분석(엄마의 틀린 정보제공으로 지흔이 역시 오늘이 수요일이라 믿고 있었으므로)을 들려 주고
미안해 하는 엄마를 다독여 주기까지...
이제 만으로 4살하고 6개월된 아이의 입에서 초등학생 같은 말이 나올 때
엄마가 미안해 할 걸 미리 짐작하고 괜찮다고 말을 할때
가슴 한 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마움이 밀려 오고
그러면서 아이의 조숙함이 마음 아파지고...
돌아오는 버스안,그 짧은 시간동안 의젓한 지흔이 옆에서 마흔살 엄마는 안절부절이었다.


점심 준비하는 동안 내내 배고프다며 쓰러지는 시늉을 하던 지흔이는
점심을 다 먹고 엄마의 설거지가 끝난 뒤 다시 씩씩하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엄마,자동차 놀이 하자"

이럴땐 4살이야...다행히...

(이 일기를 쓰기 직전에야 알았다.오늘이 화요일이란 걸...)

by Daniel | 2010/02/24 08:43 | 트랙백 | 덧글(0)

칼스루헤여 안녕!


생각해 보니... 변변한 사진 한 장 없다.
웬만하면 동네 사진이나 시내 곳곳의 사진을 몇 장 찍어 놨음 직한데...
익숙한 것에 대하여, 누군가와 그 무엇에 대한 고마움이 바로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 무감각해지는 것처럼,
내가 독일에 와 처음 만나게 된 도시,칼스루헤에 대해 ... 그랬던 것 같다.
늘 이 곳에 있을 것 같아서,
이 곳을 갑자기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그런 생각을 할 수 조차 없을 만큼 이미 내겐 편안해 진 곳이어서...
그래서였을까...
동네 산책길,
걷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지던 탁 트인 들판,
2년 동안 정들었던 이웃들과
낯선 이방인과 기꺼이 친구가 되어 주었던,국적도 다양한 친구들...
...변변한 사진 한 장 없다
때로는 살면서 가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그 순간순간을 기록해 둘 필요도 있다는 생각,
촌스럽게 느껴지던 기념사진같은 것도 남겨놔야 겠다는 뒤늦은 후회...

멋적은 후회와 몇 안 되는 짐들을 싸서
1년전 칼스루헤에서 이 곳 트리어로 떠나 오기 전 날
나 만큼이나 떠나기 싫어서였을까?
지흔이는 지독한 감기로 열이 펄펄 끓었었다.(결국 우린 이사를 연기했다)

새 도시에서의 생활이,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이 만만하지만은 않지만
내가 어느 대륙에 있건 평생 연락할 소중한 친구들을 만난 것 만으로도
충전이 필요없는 무한대의 밧데리를 선물 받은 셈...
어느 순간 지치고 힘들때
그 친구들은 존재만으로,내 기억속에서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먼 훗날...지흔이가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를 따듯하게 품어 주었던 칼스루헤 친구들을 잊지 않았음 좋겠다
누군가에게 사랑 받았던 기억은
지흔이가 또 누군가를 사랑할 원동력이 될테니까...
           2년전 무더웠던 여름,칼스루헤 시내 음악회 뒷뜰에서.지흔이와 소피는 땀에 흠뻑 젖을 만큼 뛰어 다니며 놀았다.



by Daniel | 2010/01/22 08:42 | 트랙백 | 덧글(0)

모든 게 궁금해!

지흔이가 어렸을 때는 밥 떠 먹여 주느라 밥이 입에 들어 가는지 코에 들어 가는 지 알 수 없었는데
지흔이가 혼자서 밥을 잘 먹게 된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왜냐하면...
밥 한 숱갈 떠 넣기가 무섭게 질문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엄마!미키 마우스 다리는 왜 그렇게도 짧아?
엄마!우주선 탈 때도 표 끊어야 돼?
엄마!간장은 왜 이렇게도 짭잘해?
엄마!소피는 왜 자꾸 소리를 질러?
엄마!라스(동화책에 나오는 아기 북극곰)는 왜 눈 많이 쌓인 곳에 살아?
엄마!하느님이 누구야?어디에 있어?
엄마!아빠는 왜 남자고 엄마는 왜 여자야?헤이즐(소피 엄마)도 여자야?
엄마!baby는 왜 혼자 밥 못 먹어?
엄마!밥이 입에 있다가 어디로 가는 거야?
엄마!배는 왜 물 위로만 가?근데 엄마! 지흔이가 지금 먹고 있는 것도 배(과일)야? 왜 똑같애 말이?
엄마!우리 집 위에는 누구가 살아?
엄마!왜 이제는 공룡이 안 살아?(그래서 간단히 대답해 주었다.예전에 한 번 지구가 엄청 추웠는데 그 바람에 풀들이 다 죽고
       그래서 풀 먹는 공룡들도 다 죽게 되고 고기 먹는 공룡들도 다 죽게 되고...그랬더니 다시 질문이 이어졌다)
엄마!그럼 어떻게 풀들이 다시 자라게 됐어?...- -;
엄마!사람은 왜 날 수가 없어?
엄마!친구 만나면 왜 Hallo 하고 인사해야돼?
엄마!왜 S-Bahn(트램)은 맨날 삐- 하고 소리내?

                                               .
                                               .
                                               .

가끔은 그 기발함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가끔은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대략 난감'하기도 하고
그래서 어떨땐 빨리 한글을 배우게 해서 '옛다,백과 사전' ...그러고도 싶지만...
그 조그만 입에서 종알종알 질문이 쏟아 질때면 나도 모르게 웃음부터 터진다
남편이나 나나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건 딱 한 가지다

지흔아!
커서도 엄마 아빠한테 얘기 많이 해 줘!!!





by Daniel | 2008/11/08 09:19 | 트랙백 | 덧글(1)

대화...

대화1

어느 날 기차 놀이를 하던 지흔이가 문득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기차는 뒤로도 가"
"그래?앞으로만 가는 줄 알았는데,뒤로도 가?"
"응,아빠가 말해 주시었어(아직도 "ㅕ"발음이 힘들기 때문에...)
 엄마 몰랐어?"
"응,몰랐어"
"엄마!그럼 이제 알았어?"
허걱..........


대화2

무늬만 카톨릭 신자인 나는 다른 건 못해도 잠자기 전 기도만은 하려고 노력했었다.
하루를 정리하면서,그리고 지흔이가 즐거운 마음으로 좋은 꿈을 꾸며 잠들기를 원했던 나는 대략 늘 이런 기도를 드렸다.
"지흔이가 내일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즐겁고 재밌는 하루를 보내게 해 주세요"

그 날도 여느 때처럼 기도를 드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흔이가 물었다.

"엄마!재밌는 거 뭐?"

허걱...기도도 구체적으로 해야 겠군.....

by Daniel | 2008/07/30 07:56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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